4월 둘째 주 우리 아이들의 시입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몸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일주일을 거의 앓아 누웠다가 오늘 겨우 격리 해제가 되어 도서관에 나오니 도서관 입구에 놓아둔 붉은 장미 화분에 장미가 활짝 피었더군요.
한참을 처댜보았습니다.
어릴 적 외가에 오랜 시간 살았습니다.
외가에는 큰 무화과 나무와 넝쿨 장미가 5월 한가득 피어있었지요.
벌과 파리가 늘 장미꽃에 앉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저는 벌과 파리를 잡으며 놀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시끄럽다며 우리를 내쫓았지만 우리는 마당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또래의 계집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기억이 엊그제 같지만 모두들 이제는 이순의 나이가 되어 길에서 만난다 하더라도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하겠지만 여전히 그 기억들은 선명하기만 합니다.
이번에 올린 시들은 4월 셋째 주에 올려야 했지만 제가 몸이 너무 안좋아 아이들이 쓴 시를 집으로 가져갔다가 도저히 올리지 못하고 묵혀 놓았던 것입니다.
잘 쓴 시도 있고 대충 휘갈긴 시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라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기억이 되겠지요.
재미없는 공부
황지유
재미없는 공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공부
공부를 하면 십분이 한시간 같다
재미없는 공부
*지유는 이번 시간이 첫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행의 리듬이 살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부는 재미가 없지요.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특출한 것이 아니라 모난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공부가 재미있게 되려면 많이 놀아야 하지요. 놀 수 있는 아이가 공부도 흥미를 붙이기 마련인데 억지로 시간을 맞추고 학원을 돌다보면 그 공부는 점점 자신을 잃게 됩니다.
지유에게 공부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시이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겠지요.
부디 지유가 시 쓰기에 재미를 붙여 공부도 재미있어지기를 바랍니다.
숙제
김사랑(백운초 4)
나는 집에서 숙제를 안한다
학교에서 다한다
그래서 늘 숙제 걱정이
없다
*사랑이는 모범생입니다. 때론 안타깝긴 하지만 자신만의 규율이 있지요.
해서 어떤 것을 하고 안하고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져서 안되는 것은 늘 안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친구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보고도 부러워하지만 나이가 들 때까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참 기특한 친구구나 싶습니다.
사랑이의 시를 읽다 보면 사람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미루지 않는 사랑이의 마음을 보면서 웃음이 납니다.
숙제
이서영(용당초 3)
국제는 아주 노잼이다
숙제는 미루면 힘들다
숙제는 미루다 미루면
엄마한테 들켜
등짝 스매싱
팍
* 서영이가 바라보는 숙제는 사랑이와 많이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입니다.
서영이에게도 사랑이에게도 숙제는 힘들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 보이는 것이지요.
서영이가 등짝 스매싱을 맞을 때까지 숙제를 미루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공부, 재미있는 숙제가 되기 위해서 어른들이 고민할 시간입니다.
숙제
김소윤(운산초 3)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한다
숙제를 하다 보니
고개가 끄덕끄덕
졸음이 와
더욱 고개를 끄덕끄덕
깨면 다시
고개를 끄덕끄덕
숙제는
나의 졸음 기계
* 소유이의 시의 마지막 행을 읽으며 참 이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숙제 때문에 졸았던 순간을 잡아대는 시적 표현을 보면서 소윤이의 시적 자질을 봅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있지만 좀 더 많은 시를 읽다 보면 소윤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숙제
이지수(백운초 4)
나는 숙제가 없다
학교에서 다하고 오기 때문에
그래도 학교에서 숙제가 있다 하면
아주 싫다
*지수는 아직 많이 시 쓰기에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쓱쓱 써나가는 것을 보면 금방 못쓰겠다고 연필을 내려 놓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그래도 끙끙거리며 한편을 뚝딱 써냈습니다.
지수에게 재미있는 시 쓰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나비
김윤하(발도르프 3)
좋은 나비
나비는 아름다워
아름다운 날개 달고 훨 훨 날아가는
첫 봄에 만나는 호랑나비
좋은 일이 생기고
배추 흰나비를 만나면
나쁜 일이 생긴다
나는 나비가 좋다
나느 나비가 좋다
*윤하가 쓴 시를 약간 고쳤습니다.
시는 어떤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울 수 있지요. 윤하는 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나비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썼습니다.
첫 봄이라는 표현도, 호랑나비와 배추 흰나비에 대한 생각도 아주 신선합니다.
윤하 역시 조금만 더 가다듬는다면 좋은 어린이 시인이 될 것입니다.
벚꽃
유은별(용산초 3)
푱
사르륵
푱
사르륵
벚꽃이 피어나서
사르르 사라진다
휴 아쉽다
하지만 괜찮아
내년에 또 피어나니까
*은별이의 시를 읽으면서 최영미 시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꽃은 피는 건 어려워도 지는 것은 잠깐이더라라고 노래했지요.
은별이에게 벚꽃이 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내년에 다시 필 것을 알기에 괜찮다고 말하는 생각은 이미 시적 승화가 내면에 있는 것이지요.
은별이가 다음 시가 기대됩니다.
무궁화
하은성(운산초 5)
무궁화는 겨울에 핀다고
알았는데
봄에 피는 것을 알아 버렸다
꽃잎이 5개인 무궁화
화려해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일까?
*은성이는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은 친구입니다.
해서 은성이가 쓴 시나 글에는 늘 은성이의 관심이 묻어나지요.
이 시는 은성이를 위해서 조금 고쳤습니다.
시를 약간씩 수정하는 이유는 이렇게 고치면 시적 감성이 살아나기 때문이지요.
은성이가 산문과 시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용호동
최준상(운산초 5)
우리 동네 용호동
마트, 은행 편의점
여러 가게가 있다
그 중에 나는 공원이
제일 좋아
하지만 그냥
다 좋다고 보면 된다
*준상이 역시 조금씩 시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아직은 표현이 서툴고 생각의 깊이가 그다지 깊지는 않지만 자꾸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 마련이지요.
준상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봄 꽃
김유현(용산초 5)
봄꽃들이 웃으며 일어났어요
분홍색 벚꽃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고
보라색 아일락들이 나가기 전
향수를 칙칙 뿌려요
*유현이는 시의 리듬을 참 잘 살리지요.
유현이가 이렇게 시를 잘 쓰는데도 유현이는 시보다도 육상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몇 번이나 우스개 소리로 육상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시를 더 많이 쓰면 어떨까라고 해 보았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아마도 유현이는 글을 쓴다는 것이 고된 작업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 버린 듯 합니다.
루쉰은 의사의 길을 버리고 글을 썼습니다. 글도 세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유현이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
송현우(용산초 3)
민들레 민들레
잎 없는 민들레
나를 닮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잎 없는 민들레
아이고 웃겨라
대머리 민들레
벚꽃
바람이 불어오면
분홍 눈이 떨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분홍 눈
벚꽃이 지는 날
눈이 오는 날
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다
*현우는 시 쓰기에 재미를 붙였고 실력이 쑥쑥 늘고 있습니다.
매 주 시를 한편 써오고 또 시 쓰기 시간에 또 한편을 써서 냅니다.
두 편의 시는 초등학교 3학년이 쓴 시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완성도나 표현력이 뛰어 납니다.
민들레를 바라보는 관찰력과 그 민들레에서 잡아내는 자신의 모습까지. 그리고 벚꽃잎을 눈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나무랄데 없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우가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현우를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봄
서나래(백운초 5)
봄이 찾아왔어요
봄이 되면
꽃도 웃으며 활짝 피고
꽃 구경을 만들어요
향긋한 바람도 불어
함께 놀아요
* 나래의 시는 나래만큼이나 밝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나래의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약간 어색한 표현을 고치긴 했지만 아주 좋은 시입니다.
나래가 좀 더 많은 시를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단짝 친구
서예림(백운초 4)
새학기가 되면
생기는 단짝 친구
한 학년씩 올라가면
생기는 단짝 친구
나에게는 소중한
단짝 친구가 아주 많아
*예림의 이번 시는 리듬감은 좋지만 내용에서 약간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겠지요. 예림이는 시 쓰기 시간을 마치기 전에 벌써 학원 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늘 말하지만 시는 오랜 시간 다듬고 다듬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림이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되기를 빕니다.
벚꽃 우유
김민지(백운초 4)
엄마와 약속했다
먹으러 가기로
시연이와 갔었다
벚꽃을 보러
딸기 시럽이 있었다
우유도 있었다
달고 맛있어서 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약속을 취소해 버렸다
*민지의 이번 시는 잘 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민지가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토요일마저 6시가 되어야 밀정을 마친다는 민지에게 시를 많이 생각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3학년 때 민지가 썼던 반짝이던 시적 재능이 행여 사그라들까 걱정입니다.
가족
이서은(백운초 4)
가족이 새로 생겼다
내 휴대폰
아무리 생명이 없어도
나의 가족인 나의 휴대폰
*아이들에게 휴대폰이 어떤 의미인지 서은이는 시를 통해서 말합니다
친구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이제 휴대폰이 생긴 서은이가 얼마나 좋아했을지는 눈에 선하지요.
휴대폰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서은이의 표현력이 놀랍습니다.
나의 친한 친구
송채린(백운초 4)
4학년이 되어
새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를 보면
계속 말을 걸고 싶고
싸우면 화해하고 싶다.
그 친구는
아무리 기분이 안좋아도
다정하게
괜찮냐고 물어봐 준다
*채린이가 부쩍 어른스러워진 것이 시에 보입니다.
동생하고 싸워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채린이가 싸우면 먼저 화해하고 싶은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반갑고 좋은 일입니다.
채린이는 사실 시를 쓰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요즘은 부쩍 많이 생각이 깊어지고 폭이 넗어졌습니다.
채린이가 좋은 시를 더 많이 읽고 싶습니다.
딸기
박시연(백운초 4)
달달하고 신 과일
삼각형 모양의 과일
요즘은 못먹고 있어
좀 더 지나야 먹을 수 있지만
정말 아쉬워
* 얼마 전 시연이를 길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작은 키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거름이 질 무렵에 피아노 학원을 가야하는데 정신없이 걷다보니 도서관 쪽이었다고 하는 것을 들으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아이들의 시간이 과연 아이들의 것인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도서관의 시 쓰기 시간만이라도 시연이에게 편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단짝 친구
박온유(용당초 3)
단짝은 뭘까?
친한 친구?
절친?
엄청
친한 친구는 바로 오서은, 이서영
서영이, 서은이는 너무 착해
*온유는 아주 당돌하고 똑똑한 친구입니다.
해서 시를 쓸 때도 무엇인가를 이야기 할 때도 자신의 주장이 분명합니다.
해서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아주 좋은 시를 많이 썼습니다.
이제 3학년이 되어 생각이 좀 더 깊은 시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시는 형식을 주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내용이나 표현이 조금 온유답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온유는 좀 더 발전하겠지요. 온유의 시를 다시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