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교실

7월 셋 째 주(7/12화, 7.14 목) 시 쓰기 시간

작은도서관 소풍 2022. 7. 16. 10:46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리 친구들이 예순을 넘은 저 보다 훨씬 더 성숙한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공연 연습을 하고 나서 도서관을 엉망으로 만든 놈들을 혼내고 나서 집사람에게 아이들에게 말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꾸지람(?)을 듣고 저녁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은 행여 아이들이 마음이 상해 도서관에 오지 않을까 염려했던 탓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음 날, 씩씩하게 도서관에 와서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고 저 또한 화를 내었는데도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아이들은 이미 도서관이 자신들의 것 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들이 쓰는 시도 오롯이 우리 아이들의 것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편견을 떠나 마음껏 자신들의 생각이 시로 표현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시를 베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주요한 발전을 이룬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그것이 습관이 되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를 읽고 표현과 생각을 읽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그것이 책을 읽는 목적이고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것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베끼기만 한다면 그것은 영원히 남의 것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읽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시는 시작됩니다.

좋은 시를 많이 쓰는 것, 역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시를 많이 읽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내 꿈

                     임연우(오륙도초 2)

 

내 꿈은 뭘까?

의사, 소방관, 경찰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경

 

안경은 불편하다

 

내 친구

 

소중한 내 친구

내 친구는 친절하다

또 다른 친구는 웃기고 재미있다

내 친구는 없으면 

안된다

 

 

안경

                           김사랑(백운초 4)

 

안경

안경은  투명하고 딱딱하다

안경을 쓰면

다른 세계로 갈 것만 같다

정말 다른 세계로

 

피구

                        송채린(백운초 4)

 

내가 안 간 날

옆 반과 우리 반이 피구를 했지

옆 반이 이겼지

 

친구들은 똑 같은 말

내가 안 와서 졌다고

내가 있으면 

피구는 걱정이 없는데

 

 

우리 아빠 안경

                              김윤하

 

우리 아빠는 웃겨

하지만 안경을 쓰면 멋져

슈퍼 안경

아빠 안경은 정말 멋져

 

안경

                     김소윤(운산초 3)

 

안경은 불편하다

목욕할 때

잠 잘 때

벗어 놓아야 한다

안경은 참 불편하다

 

밀크 쉐이크

 

밀크 쉐이크를 먹으면

예전 생각이 난다

밀크 쉐이크는

경험과 기억의 자판기

 

뺏어 먹지마

                           송현우(용산초 3)

 

콩 먹을려고 

콩 가져다 놓고

손 씻으러 가면

새가 와서 콕콕

쫓아가면

훨 훨 날아간다

 

젤리 먹으려고

젤리 가져다 놓고 

손 씻으러 가면

옆 집 동생 와서 

맛있게 냠냠 쩝쩝

 

 

책 피고(펴고) 책 읽기 싫어서

벌떡

책 읽다가 재미 없어서

벌떡

책 안 읽어서 

엄마에게서 도망

그러다가  잡혀서 혼난다

 

피아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들으면

피아노인가

리코더인가?

누가 내는 소리일까?

 

지렁이

 

꿈틀꿈틀 지렁이

흙 속으로 기어가서

꿈틀꿈틀

 

아무렇게나

 

아무런 감정이 안 들어서

내가 아무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

아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바다

              배예진(용산초 3)

 

바다 바다 바다

바다는 소금물

바다는 이쁘다

 

              유은별(용산초 3)

 

비가 오면 달팽이가 온다

비가 오면 지렁이도 온다

비가 오면 식물들은 자라고

비가 오면 무지개가 뜬다

비가 오면 해가 뜬다

 

바다

                    김우현(용산초 3)

 

바다 소리 찰랑 찰랑

그 소리 들으면 

물고기, 산호

그 소리 우리 부모님 

마음 같이 넓지요

 

달팽이

 

달팽이는 

등에 집을 이고 다녀서

느리고

민달팽이는 집이 없어서

조금 빨라

 

                       최준상(운산초 5)

 

비는 늘 하늘에서 떨어진다

하늘에 비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선풍기

                          김유현(용산초 5)

 

선풍기

귀신 선풍기

 

귀신 덕에 움직이는

귀신 선풍기

 

딸기

 

점이 많은 딸기

주근깨 많은 딸기

눈물 많은 딸기

 

                      하은성(운산초 5)

 

비는 왜 내릴까?

 비 모양이 탄저균 같다

비를 맞으면 벙에 걸릴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리면 어떨게 될까?

 

동그라미

                        서나래(백운초 5)

 

동글 동글한 동그라미

아무 것도 없는 동그라미

 

난 동그라미가 좋아

커다란 원 안에

들어가서 

놀 수 있잖아

 

신발 친구

 

신발 친구는

길고 색깔이 다양한 신발 끈

 

신발과 신발 끈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꼭 엄마와 나 같다

 

엄마랑 난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