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계획서를 준비하고 이런 저런 도서관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새해를 맞이하고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고 말았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작은도서관 소풍도 이제 문을 연지 세 돌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에 소풍의 두 번째 어린이 시집 "보름달"을 펴내고 잠깐 쉬었던 시 쓰기 교실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만 게으름 때문에 아이들의 시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사실 시 쓰기 교실을 열면서 우리 아이들의 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화요일 반의 세 친구, 사랑이, 온유, 로하의 시를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곤 합니다.
시 쓰기의 가장 기본은 다른 사람의 시를 많이 읽는 것입니다.
또래의 친구들이 쓴 시도 좋고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동시도 좋고, 아니면 유명 시인의 시도 좋지요.
시를 많이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의 표현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사물이나 사건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해서 올 해 시 쓰기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시를 먼저 읽고 그 표현에 숨겨져 있는 뜻을 알아보고 또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서로 말해보는 것으로 시간을 시작하려 합니다.
일제 강점기시절,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시인들과 독립 이후의 시인들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친구들이 시를 쓰고 싶어하고 또 그 시가 그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소풍이 기원합니다.
<꽃>
양규린 삼문초 2
종류도 많고
색깔도 다양한
봄에 피는 꽃
나비도 날고
예쁜 꽃이 피는
봄
<붕어빵>
붕어빵은 슈크림, 팥
붕어빵은 슈크림은 달고
팥은 좀 달다
다른 곳은 초코릿 맛도 있고
피자 맛도 있다는데
우리 동넨 왜 없지
<꽃바람>
꽃바람이 쌩쌩 불고
꽃바람에 꽃이 날린다.
꽃이 날리고 바람이 분다
꽃바람에 외투가 날린다
* 규린이도 이번에 새로 시 쓰기 시간에 들어온 친구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막상 무엇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하얗게 되지요. 나이가 들면 더 그렇게 됩니다. 해서 글 쓰기는 나이가 어릴 수록 더 필요한 것입니다. 규리는 아직 서툴지만 빛나는 원석처럼 충분히 좋은 시적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
이로하 운산초 3
겨울에는 푹 잠자고
햇살이
"안녕" 인사를 하면
꽃은
하품을 하며 일어나
다른 꽃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꿈>
꿈은 무서운 게 많아
귀신이 나오는 꿈을
나는 꾸고 싶지 않아
그럴 땐 기도를 해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해 달라고
<부산>
부산은 덥다
부산이 화났나?
쓰레기를 버려서 그런가?
같은 나라인데
왜
눈이 안오는 걸까?
부산아 부산아
쓰레기 안버릴께
눈 좀 와라
<붕어빵>
붕어빵은 물고기다
노릇노릇 구으면
붕어빵이 더 물고기가 된다
붕어빵은 헤엄치며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 로하는 이제 3학년이 됩니다. 하지만 로하의 시는 이미 학년을 넘어가는 듯 합니다.
로하의 시 4편은 모두 좋지만 특히 <봄>은 아주 뛰어난 시입니다.
따뜻한 봄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지지요.
말이 없지만 늘 진지한 로하의 시를 읽으면 행복해집니다.
<마음>
박온유 용당초 4
잠이 오면
내 마음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시끄러워
잠이 깨면
갑자기 불이 난다
그러다 또 간식을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이난 내 마음은
잔듸밭에서
동물들과 논다
<눈사람>
꾸욱 구욱
눈을 뭉쳐
작은 공이 됐다
토닥 토닥
눈을 공에
붙여 다듬는다
데굴데굴
작았던 공이
어느새
커져 버렸다
미리 만들었던
큰 공 위에
방금 만든
작은 공을 얹고
눈, 코,입을 만들어주고
모자와 목도리를 얹으면
눈사람 완성
<고구마>
고구마는
맛있거나
맛 없을 때가 있다
맛있는 건 진짜 불로 직접 굽는 거고
맛 없는 건 물로 찌는 거다
그렇지만 가끔 불에 구운 것도
맛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결론은 군고구마가
맛있다
* 온유는 이쁜 친구입니다. 온유는 시 쓰기 시간에 늘 끝까지 연필을 놓지 않는 친구이지요. 해서 온유의 시에는 또래를 뛰어 넘은 이야기가 있지요. 화요일 시 쓰기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온유의 시 <마음>을 읽고 있노라면 방금 잠에서 깨어난 조카 손자가 그려집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입니다.
<나무>
김소윤 운산초 4
봄이 되면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었다가
겨울이 되면
벗는 나무
봄에는 예쁜 옷을 입은 나무들이
자랑을 한다고 예쁘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자랑할 게 없느 나무
나무는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개나리꽃>
겨울이 끝나 가자
봄이 찾아 와서는
겨울과 밀고 당기기를 한다
봄의 옷자락에서 떨어진
노
란
개
나
리
꽃
<소중한 가족>
모든 사람에게는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친절한 가족
때로는
무서운 가족
때로는
그냥 그런 가족
어떤 때는
짜증날 수도 있지만
금방 화해하는
좋은 가족
아주 좋은 가족
<호빵>
마법의 호빵
빵에 마법을 걸어 천상의 맛이 나지
하지만 호빵은
마법처럼 언젠가 사라지고 말아
이 세상에 마법이 없었더라면
호빵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계속 먹을 수 있었을까?
나는 호빵이 좋아
<붕어빵>
팥붕어빵은
속이 타서
까만가 보다
슈크림 붕어빵은
바나나 우유를 먹어서
노랗나 보다
붕어빵은
바나나를 좋아해서
겉이 노란가 보다
<해>
밤은 달의 시간
새벽이 되면
해는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내민다
나는 해가 싫다
해가 우리 집에놀러와
얼굴을 내밀면
나는 일어나
친구를 맞이해야 한다
* 소윤이는 고집이 있는 친구입니다. 시를 많이 읽고 늘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소윤이를 볼 때마다 당찬 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붕어빵>이라는 시는 소윤이의 관찰력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붕어빵을 먹고 싶은 시간입니다.
<벚꽃>
배예진 용산초 4
팡팡 벚꽃
벚꽃은 팝콘 같다
팡팡 벚꽃
아주 예쁜 벚꽃
<목도리>
목도리는
우리를
포근히 안아준다
포근 포근
따뜻따뜻
포근하고 따뜻하다
<뭉치>
우리 집 강아지 뭉치
소중한 친구 같은
고마운 뭉치
귀여운 뭉치
사랑하는 뭉치
우리 가족 뭉치
* 예진이의 시 <뭉치>를 읽다보면 이제 막 예진이가 시의 리듬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시의 맛을 살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내용의 풍부함을 찾기는 어렵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예진이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좋은 시를 쓰게 할 것입니다.
<벚꽃>
송현우 용산초 4
나무에 핑크색 무언가가
집을 짓고 있네
벚꽃은 돈이 많나 보다
몇 개월 살다가 이사를 가니까
벚꽃은 가족이 많나 보다
여기저기 많이 피니까
<붕어빵>
아기 붕어빵
어른 붕어빵
진짜 바다에서 왔을까?
아기 붕어빵이 울고
엄마 붕어빵이 달래면
사람들은 배불러
아기 붕어빵은 다쳐
<가족>
부모님은 소중해요
나를 낳아줬으니까요
가족은 소중해요
나를 위로해주니까요
우리 가족은 소중해요
매일 매일
내 옆에 함께 있으니까요
<하늘>
하늘을 보면
새가 있다
하늘을 보면
구름이 있다
하늘을 보면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 현우는 좋은 시인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일단 시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시를 쓸 때 무엇을 어떻게 쓸까 고민할 때, 현우는 뚝딱 시 한편을 써내고 또 한편을 써 냅니다. <하늘>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현우가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이 깊어지면 아주 아름다운 시를 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생각이 담긴 시에 놀랍니다.
<벙어리 장갑>
유은별 용산초 4
두 짝이 연결된 내 벙어리 장갑
서로를 아끼나 보다
꼭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어떤 벙어리 장갑은
서로 떨어져 있다
그 장갑들은
사이가 안 좋은가 보다
<가족>
내가 재일 사랑하는 가족
가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화를 낸 만큼 빨리 괜찮아 진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니까
무서울 때도 행복할 때도
가족은 함께 한다
슬플 땐 다독여주고
기쁠 땐 같이 웃는 가족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은별이 역시 말이 없지만 당찬 친구입니다. <벙어리 장갑>이라는 시는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자신의 눈을 통해서 본 것들을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입니다. 쉽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벚꽃>
김연후 용호초 5
봄 눈처럼 내리는
벚꽃잎
소복하게 떨어져
눈길을 만드는 벚꽃 잎
뭉쳐서 던지면 펑 터진다
벚꽃 잎이 떨어진 차는
눈이 내린 것 같다
바람이 불면
눈이 날리 듯 날린다
<밤>
잠이 안온다
계속 기다리면
새벽이 온다
새벽이 끝나면
아침이 된다
아침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밤이 온다
* 연후는 처음으로 시 쓰기 시간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시를 쓰는 것을 보고 고민이 많지만 어렵사리 시 한편을 써내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시는 억지로 쓴다고 해서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리듬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시가 되는 것이지요. 연후가 좋은 시를 많이 쓰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봄의 기다림>
김사랑 백운초 5
모두가 잠든 겨울은 가고
모두가 새로 시작하는
따스한 봄님
언제 오시나요?
빨리 새로운 하루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요
따스한 봄 햇살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
봄님
언제 오시나요
<나의 겨울 이야기>
손이 꽁꽁
발이 꽁꽁
나의 겨울 이야기
나의 겨울은
씽씽 신나는 썰매를 타고
차가운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지
나의 몸은 꽁꽁 얼었지만
내 마음은 나로 같이 따뜻했지
정말 행복하 겨울 이야기가
하나 만들어졌어
<꿈>
어두운 밤
내 잠 속에서는
모든 것이 있는
꿈 이야기가 시작되지
꿈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러다
새벽이 찾아오면
또 아침이 오면
난 스르륵 꿈에서 깨어나
<붕어빵>
추운 겨울
따뜻하고 달콤한 붕어빵
호호 불어 한 입
입에서 사르륵
* 사실 올 해 들어 가장 많이 시적 표현이 는 친구는 사랑이입니다. 사랑이의 시는 시가 노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 표현도 아주 뛰어납니다. 이번에 쓴 시 중에 <봄의 기다림>을 읽으면서 사랑이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사랑이는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시 쓰기 시간에 시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던 친구이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자신있게 뚝딱 한 편의 시를 씁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꽃잎 가운데 노란 공>
김가영 백운초5
봄이 오고 있다꽃이 핀다꽃잎 가운데 노란 공이 있다노란 공은 꽃잎에 맞춰 살살살랑 움직인다공은 원래 굴러가는데이 노란 공은 왜 살랑살랑 움직일까?꽃잎과 살랑살랑 움직이는 노란 공꽃잎 가운데 노란 공봄이 왔다
<벚꽃>
이지수 백운초 5
나는
봄이 기다려진다
차를 타고 거리를 다니면
비처럼 내리는 벚꽃이
나는 좋다
봄아 빨리 와 줘
<호빵>
야채 호빵, 피자 호빵
호빵은 종류가 참 많다
나는 그 중에 팥이 제일 좋다
<붕어빵>
겨울의 대표 간식
바로 붕어빵
붕어빵은 팥붕이지
붕어빵은 슈붕이지
하지만
나는
뭐든지 다 좋다
겨울 대표 간식은
붕어빵이지
<5학년>
나는 올해 5학년이 된다
5학년이 되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진다
5학년이 되면 공부가 어려워진다는데
나 괜찮겠지?
* 지수는 시를 쓰는 것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시 쓰기 시간을 힘들어했지만 지수는 두 번째 시집 <보름달>에 자신의 시가 실리고 시 쓰기 시간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아마 지수가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의 깊이를 키워 나간다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샌드백>
송채린 백운초 5
우리 집에 있는 샌드백
글러브를 껴도 너무 아파서
손이 부러질 것 같지
하지만
내가 화가 나면
나의 손보다
샌드백이 터질 것 같다
학교에서
내가 화가 나면
내 친구들이
우리집 샌드백 같지
<페이버 크레이프트>
종이를 붙이고 접는 것은
페이퍼 크레이프트야
페이퍼 크레이프트를
만들면
예쁘기도 하고 살아 있는 것 같아
만들 때 손도 아프고
붙이기 힘들어서
참 어렵지만
만들고 나며 뿌듯하고
멋지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축구>
공을 찼더니
공이 높이 올라
그 공을 친구가
헤딩 슛을 넣어
지고 있던 우리킴
분위기 바뀌었네
한번만 더 슛 골인
우리의 승리
<노을>
학원 마치고
한원 차안에서
보이는 노을
도서관에서 놀고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보이는 노을
산 힘들게 오르고
정상에 도착하니
보이는 노을
장소가 다르면
풍경도 다르고
노을도 달라
<차별>
과거 차별은
여자는 집안 일
남자는 바깥일
현재 차별은
가난한 자와 부자를
대하는 태도
미래의 차별은
없어지면 좋은 것
더 나은 우리
* 채린이는 참 건강한 친구입니다. 비록 시 쓰기 시간에 참여를 하지 못하 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시를 써 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40분, 학원을 마치면 가쁜 숨을 몰아 쉬고 계단을 뛰어 올라와 시 한편을 던져놓고 게임을 한판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가끔 학원과 학교 이야기를 하는 채린이에게서 정말 채린이의 생각이 많이 컸구나 싶습니다. 솔밭 놀이터에서 동생과 싸우고 울던 채린이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훌쩍 커버린 채린이만큼 시도 표현력이나 리듬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차별>이라는 시가 그렇습니다.
<겨울>
박시연 백운초 5
겨울에 맛있는 먹거리가 많고
포근한 긴 팔을 입을 수 있어
하지만
너무 춥고 이불도 걸리적 거려
그 중에서 제일 슬픈 건
안경에 김이 서리는 거야
* 시연이는 시 쓰기 시간을 좋아하던는 친구고 시를 잘 쓰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원에 바빠 시 쓰기에 많이 소홀해졌습니다. 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시연이의 시가 기다려집니다. 시가 만능일 순 없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지적 사고를 넗히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녹차 라떼>
김민지 백운초 5
녹차가루를 넣은 라떼
녹차라떼
녹차레떼는 손을 대면
추웠던 바람
꽁꽁 얼었던
손의 난로가 되어준다
녹차라떼를 적응하지 못하면
얼어버린 손이 닿았을 때
손에 불을 붙여 버리는
무서운 라떼
* 민지의 시에는 늘 이야기가 있지요. 그 이야기가 모이고 모이면 좋은 글집이 되는 것이지요.
민지 역시 바빠서 시를 쓸 여유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민지가 가진 시적 감수성은 놀라운 것입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상상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서 모든 사물과 사건을 나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고 이해할 것인지를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시 쓰기의 기본입니다.
<부대찌개>
이서은 백운초 5
매콤한 국물이
추운 겨울 영웅이 되어 준다
라면 사리를 넣으면 말할 거 없이 악당이 된다
떡은 쫄깃하고
파는 아삭한데
밥까지 넣으면
그야말로 겨울 밥도둑이 된다
<송채린>
채린이는 괴물이다
매일 영웅들을 괴홉히기 때문에
채린이는 친구다
나랑 매일 놀아 주기 때문에
<지우개>
친구들이 구명을 송송 뚫었다
지우개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 누구에데도 들리지 않는다
지우개의 비명은 개미 비명과도 같기 때문에
<술래잡기>
끈질기게 쫓아오는
그 녀석
매일매일 내 눈 앞에 보이는
그 녀석
그 아이의 이름은
수학이다
*서은이는 참 건강하지요. 씩씩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친구라는 것이 시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서은이의 시에는 서은이의 생활 전반의 많은 것이 시적 재료가 됩니다. 이런 것이 모이면 표현력과 리듬이 살아나는 시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서은이의 시적 상상력을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세뱃돈>
최준상 운산초 6
세뱃돈은
친척들이 주기 싫어도 주는
눈물 젖은 돈
나이를 먹을 때마다 더 주는
눈물 젖은 돈
많은 아이들에게 줘야 하는
눈물 젖은 돈
<호빵>
새하얀 눈을 닮은
호빵
하지만
눈보다 훨씬 크고 먹을 수 있는 호빵
눈 대신
하늘에서 호빵이 대신 내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 준상이는 이제 막 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표현력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는 준상이가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아직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발음이 어색하다 보니 책 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준상이에게 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책을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읽고 쓰기 듣기가 가장 훌륭한 글 쓰기의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봄>
서나래 백운초 6
봄처럼 따뜻한
미소를 가진 친구
난 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이 가면
따뜻하게 웃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 곳>
밤처럼 어두운 곳
아무 것도 없이
아주 캄캄한 곳
그곳은 외로울 때
갇쳐있는
사람들의 마음일까?
아무 희망 없는
사람들의 마음일까?
<귤>
동글동글
귤
안에는 가족들이
알콩달콩
그러다
하나 둘 사라진다
큰 동굴 속으로
* 나래는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번 시집에서도 본 것처럼 나래의 시는 생각의 깊이와 표현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이번 시 세 편은 그야말로 빼어납니다. 특히 <그 곳>이라는 시를 읽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본인은 부족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껏 나래가 쓴 시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였습니다. 나래가 좀 더 많은 시를 읽는다면 누구보다도 좋은 시인이 될 것입니다.
<차>
김유현 용산초 6
차도 추운가봐
우리처럼 입김이 나
차도 추운가봐
유리처럼 추울 땐 움직이지도 않아
<붕어빵>
붕어빵
맛있는 붕어빵
하지만
불쌍한 붕어빵
배를 가르니
"헉"
아픈 걸까?
환경 오염일까?
* 유현이는 시적 감수성이 뛰어난 친구지만 시보다는 운동이나 다른 것에 오히려 관심이 많습니다. 아마도 시를 잘 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듯 합니다. 시 <차>는 유현이의 시가 얼마나 뛰어난지 잘 보여주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 없어 하지요. 부디 유현이가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의 여름>
하은성 운산초 6
시드니의 여름은
큰 나무를 만든다
나는 시드니의 여름을
기다린다
시드니의 여름은
나와 형에게
큰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밤>
밤에 안보이는
귀신이 나를 따라올까?
귀신은 세상에 없다는데
어두운 밤
혼자 나가면
귀신이 따라올까?
* 은성이는 놀라운 친굽니다. 무엇이든 집중력이 좋아서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늘 성취도가 있는 친구입니다.
해서 은성이에게는 늘 칭찬이 필요합니다. 시가 아직은 서투르고 힘들긴 하지만 은성이의 시에는 노력의 흔적이 보입니다.
생각과 표현이 어우러진다면 좋은 시를 쓸 수가 있겠지요.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한데도 작은 성과를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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