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교실

2022년 넷 째주(7.17~23) 친구들의 시

작은도서관 소풍 2022. 7. 22. 10:59

지금 이 글을 쓰는 금요일이면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됩니다.

도서의 방학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어머님들의 말씀도 있었습니다만  크게 갈 곳이 없는 아이들도 있고 또 아이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놀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소풍이 자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풍은 방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8월에는 문경에 있는 성바오로 공부방 친구들이 부산으로 여행을 1박 2일 오는 관계로 하루 정도는 제가 비워야 할 것 같고 그것을 방학으로 저는 생각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그 날, 도서관은 근로장학생들이나 자원봉사자들로 문을 열게 될 것이구요.

백운초등학교에서는 이미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소풍이 하나의 명소로 자리밥은 것 같습니다. 

매일처럼 새로운 친구들이 도서관을 방문하고 있고 그 아이들로 인해 소풍은 점점 북적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간식을 주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약간 다른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긴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나 간식 때문에 온다고 해서 저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다 보면 다른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게 되니까요.

실제로 꽤 여러 명의 친구들이 소풍의 일대일 학습프로그램인 어깨동무에 참가하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고 독후감 써내기에 참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또 시를 쓰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구요. 저는 이것이 소풍의 정말 작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랜 기간 많은 것을 하고 있는 도서관에 비해 정말 보잘 것 없긴 하지만 우리 소풍은 소풍 나름대로 자신의 것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더디고 서툴지라도 모두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는 하늘이 많이 우구당탕거렸지요.

해서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담은 하늘 이야기와 방학을 맞아 그 동안 우리 아이들이 무심코 써 왔던 학용품에 대한 것을 주제로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그런 생각이 우리에게는 없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화요일  시 쓰기)

 

물감 

                              임연우(오륙도초 2)

 

물감을 어딘가에 묻혀서

등짝을 맞았다

 

* 연우의 시를 읽으면 웃음이 납니다. 물감이라는 제목과 묻히다라는 것만 보면 그림을 그릴 것 같지만 연우의 생각은 다릅니다. 물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혼난 이야기를 연우는 이야기 합니다. 비록 아직은 한 줄의 이야기만을 쓰지 못하지만 연우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기다린다면 연우는 멋진 이야기가 담긴 시를 쓰게 될 것이고 또 그 때가 되면 지금의 시가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초밥

                              김윤하

 

나는 초밥을 좋아해

초맙은 맛있어

새우 초밥, 계란 초밥

다음엔 어떤 초밥이 나올까?

 

나는 계란 초밥을 더 좋아해

아!

동생도 계란 초밥을 좋아해

다음엔 바닷가재를 올린 초밥이 나올까

생각만 해도 군침이 꼴깍

 

색연필

 

색연필은 왜 이렇게

색이 많을까?

색연필은

무지개의 색을 품을 걸까?

 

색연필은

세상을 품은 것 같아

 

* 윤하의 시를 읽다 보면 윤하의 고운 마음이 저절로 떠올려집니다. 특히 "색연필"이란 시에서 '세상을 품은'이라는 표현은 놀라운 표현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색연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는 아이들에게 좋은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초밥"이라는 시는 1연의 네 번째 행을 2연의 네 번째로 옮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만 윤하와 의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행과 연의 구분이 시작된 윤하의 시가 더 발전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연필과 지우개

                                         황지유(운산초 3)

 

나는 무엇이라도

그리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연필과 지우개가 

재일(제일) 좋다

 

* 지유에게 "연필과 지우개"는 좋은 친구입니다.  행여 시라고 하기엔 약간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의 시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자신의 생각을 그리다 보면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꾸준히 지켜보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윤(운산초 3)

 

물을 듬뿍 묻히고

물감을 뭇힌(묻힌) 뒤 

붓으로 쓱싹쓱싹

 

다음은

수채화

물처럼 맑게가 필수!

어두우면 

다시 붓으로

쓱싹쓱싹

 

붓 덕분에

판타지 세상 속 그리기

3등

문화 상품권 

오천원

붓 덕분에

3등

붓아 고마워!

 

* 여운이 있는 시입니다. 소윤이는 붓과 자신의 이야기를 시에 담아냅니다. 이야기(서사)는 서정시와 더불어 대단히 중요한 시의 내용이지요. 

서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소윤이가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지요. 왜냐하면 서사는 끊임없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소윤이가 좀 더 많은 시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대비시키는 능력을 키워내기를 바랍니다.

 

색연필

                         김사랑(백운초 4)

 

쓱싹

쓱싹쓱싹

어느 새 다 색칠했내(네)

어느 새 다 써 버렸네

아야

아야

 

* 시를 쓰고 나면 늘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사랑이가 마지막에 쓴 두 행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제가 이해를 하지 못했거든요.

아마도 몽당 색연필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목요일 시 쓰기)

 

하늘

                                유은별(용산초 3)

 

하늘

하늘은 파랑색

내 옷,

(오늘) 내옷도 파랑색

내 마음

매 마음도 파랑색

오늘 

오늘은 모두 파랑색

 

* 대단히 잘 쓴 시입니다. 세 번째 행의 오늘을 생략하면 더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반복법을 사용하여 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은별이가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늘

                               김우현(용산초 3)

 

하늘은 변덕쟁이

무슨 마음일까 궁금하다

비가 오면 하늘이 울까?

하늘이 흐리면 하늘이 우울하나?

하늘이 맑으면 하늘이 기쁜가?

 

모차르트

 

모차르트 노래 한 곡 들으면

하늘을 날아 갈 것 같아

모차르트 노래 한 곡 들으면

나도 므렉 덩달아 춤추네

라~라 랄~랄

 

* 우현이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엄청난 발전을 했습니다. 놀랄 정도입니다. 단 한 줄도 쓰기 힘들어 했던 아이가 짧은 시간에 두 편의 시를 뚝딱 써서 냅니다. 특히 생각의 넓이나 깊이가 훨씬 넓어지고 깊어진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시의 주제가 다양하다는 것이지요.

집에서 시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모짜르트 음악을 듣고 시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현이의 시는 엄청난 발전입니다.

 

몽글몽글 파란 하늘

                                               배예진(용산초 3)

 

파란 하늘

하늘을 보면

솜 사탕이 생각나

몽글몽글

하늘 

파란 하늘

뭉글몽글 하늘

 

모양 사탕

 

사탕 

탈콤한 사탕

모양 별로 있는 사탕

색깔 별로 있는 사탕

알록 달록

 

* 예진이가 두 편의 시를 뚝딱 써내었습니다.  지금 예진이는 대단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또래의 친구들과 또 언니, 오빠들과 시를 함께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시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어떤 표현으로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를 익혀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조금 서툰 표현들이 보이고 행과 연의 구분이 미숙한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담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예진이의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싶습니다.

 

초승달

                          송현우(용산초 3)

 

달에 있는 

초 하나

승 승 울부짖고

초승달에게 넘어가서

초 달라고 초승달

 

* 현우의 이 시를 읽는 순간, 현우가 다른 사람이 쓴 시를 많이 읽었구나 싶엇습니다. 형식도 그렇고 내용도 그러해서 한편으로는 기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과잉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시를 쓰는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려면 자신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특히 3행의 울부짖고라는 표현이 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표현을 자신의 언어로 바꿀 때 비로소 창작이 됩니다.

 

하늘

                          하은성(운산초 5)

 

하늘이 하늘색일까?

하늘을 보면 바다가 생각난다

하늘을 보면 새처럼 날 것 같다

 

*은성이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은성이가 가지는 그 의문이 시로 표현되는 것이 늘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서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은성이가 잘하는 것, 은성이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최근 은성이는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웹툰으로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웹툰으로 그려와 저에게 보여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전 은성이에게 좋은 역사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꿈으로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하늘

                        최준상(운산초 5)

 

오늘의 새벽하늘은 

비와 먹구름이 있던 날

학교 끝날 땐 

맑고 푸른 색이 가득 있는 하늘

하늘은 꼭 이중인격 같다

지난 번도 이렇게 

화를 내더니

또 언제 그랬느냐고 

다시 맑아지는 이 중인격 하늘

 

* 준상이의 시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늘 관심은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에 서툽니다. 해서 준상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어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것 역시 소리 내어 읽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시도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준상이가 이렇게 시를 쓰고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고맙습니다.

 

하늘

                          김유현(용산초 5)

 

하늘은 하늘

 

* 유현이는 바쁩니다. 그러다보니 시를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쓸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쓸 것이야 너무나 많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시상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지요.

그럴 때가 분명 옵니다. 저 역시 시를 쓰다 보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할 때 시가 잘 되지 않는 것을 느끼니까요.

유현이도 이 고비를 넘기면 좋은 시를 많이 쓸 수 있을 겁니다. 유현이 시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구름

                                 서나래(백운초 5)

 

파란 하늘

몽실 몽실 하늘

 

토끼 모양 구름

자동차 모양 구름

다양한 구름

나도 구름이 되면

깨끗한 하늘을

예쁘게 꾸며줄 거야

 

*나래가 쓴 시를 읽으면서 아마도 나래는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시에서도 나래는 마지막 행에서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깨끗한 하늘을 예쁘게 꾸며주겠다는 표현이 나래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언제나 예의 바른 나래가 좋은 시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금요일 시 쓰기)

 

체스

                        송채린(백운초 4)

 

검은 색과 흰색체크 무늬 판

우뚝 서 있는 말들을 옮겨서

왕과 여왕을 쓰러뜨리지

그 재미로 체스를 하니

내가 체스를 많이 하지

 

* 채린이는 늘 금요일 오후 늦게 도서관에 달려옵니다. 자신이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써 온 시를 내고 친구들과 놀려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이미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없는 시간입니다.

해서 시를 내고는 저하고 함께 체스를 구거나 도서관에 있는 게임을 한 판 하고 갑니다.

오늘은 체스가 아닌 할리갈리라는 게임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 자주 보긴 했지만 처음 하는 게임이라 어렵더군요. 몇 번이나 채린이가 양보를 해 주었지만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게임에 이긴 채린이가 아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덩달아 기뻤습니다.

채린이의 시는 주제가 다양해지고 형식도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고 형식을 갖춘다는 것은 시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체스라는 시는 사물과 사건이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있는 시의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자꾸 쌓이게 되면 좋은 시가 나올 수 있습니다. 행 끝을  ~지로 끝내는 마무리는 시의 감칠 맛을 보여줍니다.

채린이의 좋은 시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