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교실

23년 2월 넷 째주 아이들이 쓴 시

작은도서관 소풍 2023. 2. 23. 10:35

 아침 식사를 하면서 창 밖을 보니 봄이 훌쩍 와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느 새 곁에 와있는 봄.

어린 날, 그 봄을 저는 너무 싫어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봄이 되면 동네 형들과 누나들은 하나 둘, 고향을 떠났고 그 봄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요.

지난 주에는 시를 쓰는 아이들게게 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잠깐 설명합니다. 

시의 존재 이유는 하나로 말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구태여 하나를 선택하라면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위한 시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위한 시라는 것은 나와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겠지요.

시는 시대를 안아야 하고 그 시대 속에 사는 사람들을 안아야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은 젊은 날부터 가졌던 오랜 생각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쁩니다. 그 바쁨이 행여 경쟁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바쁨이 된다면 슬픈 일이지요.

저 역시 너무 바쁘게 살았습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젊은 날을 지새웠고 그 젊음이 꺾이던 순간, 원망이 또한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매 순간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쳤고 그 몸부림은 결국 몸을 상하게 했습니다.

문득 히말라야를 떠돌면서 시간이 정지된 채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라다크로 오르는 절벽 끝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지친 여행자에게 따뜻한 야크차를 내어주었고 그 한 잔의 차에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들을 눈물로 녹여내고 말았지요.

어쩌면 바쁘다는 것은 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쁘지 않은 느리게 살지만 따뜻한 봄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건하 명호초 1

봄은 예쁩니다

해가 밝게 빛나서 좋습니다

꽃 향기도 좋습니다

그래서 봄이 좋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눈이 펑펑 내립니다

그래서 겨울도 좋습니다

 

*건하가 누나 윤하와 함께 오랜만에 도서관에 왔습니다. 멀리 이사를 가서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가끔 카톡으로 시를 적어 보내다가 이번 토요일엔 환한 웃음을 안고 도서관을 들어옵니다.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한 까닭에 비뚤비뚤 맞춤법이 틀렸지만 건하는 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과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건하의 밝은 마음이 좋은 시를 만나게 될 시간이 기대 됩니다.

 

 

바다

                                              양규린 삼문초 2

바다는 예쁘다

바다는 푸르다

사람들은 바다를 보면 

바다다 하고 외친다

바다에는 갈매기도 있다

바다는 끝이 없다

 

*규린이 역시 아직 맞춤법이 서툽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서로 고쳐가며 시를 만들어 봅니다. 

규린이는 멀리 김해에서 오기에 힘들 법 한데 단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았고 늘 웃으며 시 쓰기를 합니다.

가끔은 재잘재잘 온갖 이야기를 저에게 하면서 시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 표현만으로도 이미 규린이의 상상력은 깊어지고 넓어질 것입니다. 아직은 서사에 치중하고 있지만 그 서사가 표현력을 얻게 될 시간이 멀지 않았습니다.

 

나비

                                                이로하 운산초 3

나비는 깃털처럼

스르르 꽃에 앉는다

그 모습은 요정이

예브게 날아가 

꽃에 낮은 것 같다

 

혹시 나비는 요정이 아닐까?

나비가 오면 봄이 오니까

나비는 봄의 요정이다

 

3학년

 

3학년은 레벨이 올라가는 것 같다

갑자기 교과서도 많아지고

4교시도 없어진다

 

마치 3학년이

"나도 이제 컸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럼 5학년이

"넌 아직 멀었어

5학년이 더 힘들어 한다

 

*로하를 볼 때마다 참 당찬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늘 말이 없지만 시에 대해 늘 애정을 가진 친구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아마 로하는 자신이 썼던 시들을 읽고 그 소중함을 알게 되겠지요. 좋은 시인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하의 시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잘 녹아 있습니다. 로하의 새로움을 늘 지켜봅니다.

 

봄 

                                      김윤하 명호초 3

봄이 오면

작은 새싹이

귀엽고 예쁜 꽃을 피우고

우리 가족은 봄 마중 

대청소를 한다

새들은 지지배배 노래 부르고

꽃들은 잠에서 깨어나 

예쁜 꽃 봉오리를 피운다

동물들은 즐겁게 뛰어 다니고

우리는 사뿐사뿐 뛰어 다니다

봄 친구들을 만난다

 

* 윤하는 눈빛이 참 선한 친구입니다. 2학년 때는 재잘거리며 말을 저에게 붙이곤 했지만 이제 3학년이 되면서 부끄러움을 타는지 말 수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수가 준 것에 비해 윤하의 시는 더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학이라는 환경의 변화에도 고운 시를 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윤하가 고맙습니다.

 

붕어빵

                                          박온유 용당초 4

호 하고 불어서

맛있게 먹다가

야얏

혀를 데었다

아프지만 맛있는 

붕어빵 덕에 참고

남은 붕어빵을 맛았게 먹었다

 

* 온유는 붕어빵이라는 시를 한 편 더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혹시나 다른 친구들이 쓴 붕어빵이라는 시와 비슷하게 될까 걱정이 되어 다른 친구들이 쓴 시를 읽고 싶다고 합니다. 다 읽고 나서야 이 시를 썼습니다. 붕어빵에 대한 생각이 다른 친구들하고 다르다는 것이 안심이 되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온유에게 비슷한 생각이라도 표현이 다르다면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것도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도 다 괜찮은 것입니다. 

봄이 오면

                                      유은별 용산초 4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난다

 

나는 

봄이 좋다

예쁜 꽃들이 피어나니까

 

나는

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봄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따뜻한 계절이니까

 

* 은별이의 봄에 대한 생각이 흠씬 묻어나는 시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은별이도 꽃이 피는 봄이 좋은 까닭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들에 표현력을 더하는 것이 좋은 시가 되겠지요. 표현력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은별이는 서사를 꾸미는 표현력의 시간에 이제 막 들어서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봄의 요정

                                   김소윤 운산초 4

꽃잎이

바람에 휘날릴 때

꽃잎에서 요정이

태어납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요정이 태어납니다

 

봄의 요정과 가까운 사람이

눈군 줄 아세요?

바로 

당신이랍니다

 

* 소윤이의 시를 읽으면 초등학교 4학년의 시 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그만큼 소윤이의 시가 표현력이나 형식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훨씬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늘 소윤이에게 시를 잘 쓰는 방법은 다른 시인이 쓴 시를 많이 읽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해서 아마 소윤이의 시에는 어른스러운 표현이나 형식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고 해서 소윤이는 좋은 시인으로 자라게 되리라 믿습니다.

 

동글이

                           송현우 용산초 4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동그란 코

동그란 입

안녕 난 동글이라고 해

 

보름달

 

동그라미 동굴 속

저 멀리 보이는 빛 하나

그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반딧불이

 

저 하늘 위에 있는

동그라미 동굴

거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 현우는 이미 배창환 시인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시인이 될 자질이 충분히 있는 친구입니다. 시의 리듬을 알고 더하고 빼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요. 해서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공부방 시 쓰기 시간이 이번 주로 끝이 나면서 현우에게 시 쓰기를 멈추지 말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현우가 계속 시 쓰기를 해서 좋은 시를 쓰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꽃잎

                              김 가영 백운초 5

봄이 왔다

꽃잎이 하늘에 날아다닌다

이럴 때 좋아하는 애한테 

고백해야 하는데

아니면 고백을 받아야 하는데

항상 기회는 있지만 

꽃잎은 계속 날다가 없어지는데

꽃잎은 어디로 가는 걸까

봄이 너무 짧다

 

* 요즘 아이들은 저희와 다른 세대인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겨도 괴롭히기만 했지 고백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가영이는 고백을 봄에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끔 저 역시 그 때 고백했더라면 그 친구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늦지 않고 이번 봄엔 가영이가 고백을 받거나 하기 되기를 바랍니다.

벚꽃

                          박시연 백운초 5

봄이 오고 있다

이제 곧 벚꽃이 피겠지

내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찬다

놀이터에 가면

벚꽃이 활짝 피어날거다

그 날만 기다리자

 

* 시연이의 시를 읽으며 시연이가 좀 더 시와 가까워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연이의 시에는 시연이의 시적 재능이 묻어나니까요. 제가 국문학과를 선택했던 이유는 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 말씀처럼 헛된 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시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시가 밥을 먹여줄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시연이가 시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에 있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봄 

                               이서은 백운초 5

봄이 왔다

산들바람과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

하지만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봄이 감기에 걸렸는지

찬바람이 자주 불어 온다

 

우정

 

친구 사이는

수류탄 같다

잠시 싸우면

우리 사이는 펑 터진다

그러다 화해하면

슈류탄 핀처럼

다시 붙는다

 

* 시은이의 시는 참 쉽습니다. 지난 주에는 시 쓰기 시간에 참석할 수 없다며 뚝딱 두 편의 시를 적어와 주고 갔습니다. 

시은이의 시에는 더함과 뺌 없이 또래의 아이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 자신감이 빛나는 서은이를 만들테니까요.

시대

                               송채린 백운초 5

우리의 시대가

자신과 다르다고

편견을 가졌던 시대

 

어릴 적 시대는

현재와 달라서

익숙하지 않는 이 시대

 

이런 많은 시대들을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편견으로 차별을 하지 말자

 

* 채린이는 도서관에 올 때마다 조곤조곤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주에는 자신이 왜 한 친구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를 말했습니다. 채린이가 그 친구를 싫어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채린이에게 그 친구마저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채린이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채린이가 가진 생각이나 태도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번 시도 채린이의 그런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유현 용산초 6

봄은 꽃의 계절입니다

 

팝콘 같은 벚꽃

노란 바람개비 같은 개나리들처럼

예쁜 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예쁜 꽃은

우리 엄마 웃음 꽃입니다

 

분꽃

 

분꽃은 왜 분꽃일까?

 

분필처럼 딱딱하고

길어서 그럴까?

 

아니면 

분필처럼 글씨가 써져서

그럴까?

 

*유현이는 늘 말하지만 좋은 시적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시에서 보듯이 가장 아름다운 꽃을 엄마의 웃음꽃이라는 표현은 가히 놀라운 것입니다. 비록 공부방 시 쓰기 시간이 끝났지만 유현이에게 시를 놓지 말라고 부탁을 했고 유현이 또한 그러리라 약속을 했습니다.

유현이의 좋은 시를 계속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벚꽃

                                        하은성 운산초 6

푸른하늘과 태양 아래에 피는

봄의 벚꽃

하얀 겨울이 지나고

아름다운 봄에만 피는

벚꽃

벚꽃은 기쁨을 주는

작은 꽃

여름이 되면 그리워진다

 

*은성이에게도 당부를 했습니다. 자신이 잘하고 흥미를 가진 것을 계속 하려면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고 너무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은성이는 집중력이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장점이지요. 처음에 은성이가 쓴 시들은 사실 시이기 보다는 설명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노력 끝에 이제 은성이는 시의 모양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은성이가 좋아하는 역사 역시 시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아마 은성이는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은성이 역시 시를 놓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