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교실

소풍 시인학교 2022/02/04 금요일 친구들이 쓴 시

작은도서관 소풍 2022. 2. 8. 00:41

야식

                                          김민지(백운초 4)

 

꼬륵 꼬르륵 

꼬륵 꼬르륵

 

밤마다 울리는

배고프다는 신호

뭐 먹지?

라면!

호로로록

치킨

바삭 부들

떡볶이

쫄깃 촉촉

하지만 

엄마의 감시 때문에

먹지 못하는 현실

 

편의점

                           이서은(백운초 4)

 

오늘은 무얼 먹을까?

없는게 없는 편의점

신상이 나오면 꼭 사야 하는 나는

오늘도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수박

                          이서은(백운초 4)

 

여름이 되면 

내 머릿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수박

한 입 먹으면

수박 씨뱉느라 퉤퉤

맛있지만 신경 쓰이는

 

뭘 쓰지?

                       이서은(백운초 4)

 

고민을 하게 된다

오늘 무슨 시를 쓸까

문득 생각 난 오늘의 시

칭찬 받으면 좋겠다

 

비눗방울

                               서예림(백운초 4)

 

퐁퐁

비눗방울이 터진다

햇살 받아 이쁜 무지개 색

비눗방울 후후 부니 

퐁퐁 터지는 

비눗방울

 

안중근

                            박온유(용당초 3)

 

안중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어머니는 마리아 여사

안중근은 

아주 나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사람

나도 전생에 위대한 독립운동가였으면 좋겠다

안중근은 좋은 사람

이토 히로부미는 나쁜 놈

 

할아버지와 할머니

                                                      송채린(백운초 4)

 

두 분께서는 병원에 계신다네

그래서 나는 밤마다 눈물이 난다네

매일 밤 나에게 눈물을 주시는 두 분

내게로 빨리 돌아 오세요.

 

엄마

                                         김윤하(발도르프 학교 3학년)

 

나는 엄마가 좋아

엄마의 몸에서

따뜻한 온기가 

나오기 때문이지

엄마는 나의 촛불이야

 

사랑방귀

                                    김윤하(발도르프 학교 3학년)

 

아빠는 방귀쟁이야

어디서나

방귀를 뀌지

나와 동생의 얼굴을 보고 싶을 때면

방귀를 뀌지

그렇게 아빠는

우리를 사랑해

 

 

# 친구들이 이번에 쓴 시를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시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물과 세상을 보는 친구들의 생각의 깊이가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민지의 시 "야식"은 왜 민지가 이야기꾼인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행에서 엄마 몰래 야식을 먹고 싶은 민지의 마음이 확 드러납니다.

서은이는 10분만에 뚝딱 세 편의 시를 완성했습니다.

더구나 그 시 세 편이 모두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만큼 서은이는 늘 시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세 편의 시를 읽으면서 서은이가 보여주는 사고의 넓이에 놀랍니다. 

서은이는 좋은 시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예림이의 시 "비눗방울"은 참 이쁩니다. 어릴 적 우리의 비눗방울과 지금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비눗방울의 무게가 다르지 않음을 봅니다.

비눗방울이 이쁜 것은 햇빛을 받아 빛나기 때문이고 그 빛남을 보는 예림이의 눈이 있기 때문이지요.

온유의 시 안중근은 간결하지만 독립운동가를 보는 시선과 일제 침략의 역사를 보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는 온유가 놀랍습니다. 사실 온유는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친구입니다.

4학년 언니들과 견주어 맞춤법 실력도 아주 뛰어난 친구입니다. 

온유에게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고 넓이가 더해져 좋은 시가 많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채린이의 시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채린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시를 보면서 참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시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린이의 시 역시 더 발전하게 됨을 믿습니다.

윤하는 지난 시간에 일이 있어 빠졌습니다. 해서 엄마를 통해 카톡으로 시 두 편을 지어 보냈습니다.

본인은 서툴러 조금 부끄럽다고 했지만 아주 좋은 시를 썼습니다.

제가 구조에 맞게 전혀 내용에 어긋남 없이 약간의 수정을 했지만 그 수정보다 훌륭한 것은 윤하의 시적 감성입니다.

좋은 시적 재능을 가진 윤하가 좋은 시를 많이 쓰게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