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교실

금요일 소풍 와서 글짓기 여덟 번째, 친구들의 시입니다.

작은도서관 소풍 2021. 6. 12. 03:15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친구들은 예쁜 비옷이나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고 소풍을 왔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 KBS 클래식 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에 온유의 시 "체리"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가 비오는 소풍을 말리지 못했나 봅니다.

시월이면 친구들이 쓴 시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서점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시집을 본다는 것이 친구들에게 얼마나 설레는 일이 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늘은 다른 친구들이 쓴 열 한편의 시를 읽고 열 개의 주제를 놓고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시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놀라운 시도 있고 여전히 시가 익숙하지 않은 시도 있습니다. 

소풍와서 글짓기가 풍족해지는 이유는 이제는 그 어떤 친구도 글짓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직은 낯설어 다른 이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그 부끄러움조차도 아름다운 우리 친구들의 마음을 늘 응원합니다.

 

개미

                             박시연(초3)

 

개미는 불쌍하다.

일만 하고 

짓밟히고

정말 가엾다.

나도 밟은 적이 있는데

이제라도 아껴야겠다.

 

*오늘은 제일 먼저 시연이가 소풍을 왔습니다. 피아노와 수학학원을 다녀오는 시연이의 가방이 무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시연이는 활짝 웃으며 다른 친구들은 왜 아직 오지 않았냐며 묻습니다. 

개미라는 시연이의 시에는 시연이의 고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려는 시연이의 고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입니다. 

 

맛있는 젤리

                                  김사랑(초3)

 

젤리는 맛있다.

젤리는 말랑말랑

젤리는 쫄깃쫄깃

젤리는 달콤달콤

 

* 어느 날, 사랑이는 소풍을 와서 6교시 수업을 하고 방과후까지 마치고 나니 너무 힘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놀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빠 보입니다. 친구들의 글짓기가 좀 더 풍성해지려면 많이 놀아야 합니다.

사랑이가 쓴 "젤리"는 사랑이의 모습과 마음을 닮은 사랑스러운 시입니다. 

 

 

소풍

                        박성진(초3)

 

소풍은 재미있다.

소풍은 밥을 먹고 논다.

소풍은 힘들기도 하다.

 

*성진이는 요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풍을 와서 성진이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쇠젓가락을 소독해서 사용하라고 말을 합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행여 귀찮아서 너무 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해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곤 합니다.  성진이의 시 "소풍"에 나타난 힘들기가 무엇인지는 가늠하는 것은 어른들의 사고입니다. 소풍이 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휴대폰

                              김민지(초3)

 

휴대폰을 보다 보면

언젠가는 멈추겠지.

생각하고 계속하다가

결국은 혼나면서

결국은 짜증낼거면서

왜 좋아할까?

 

*소풍의 시인인 민지의 시에는 늘 생각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민지는 휴대폰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민지의 시는 늘 자연스러운 시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도 생각이 깊은 친구의 마음을 다 빼앗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좋은 시입니다. 

 

숙제 

                             박온유(초2)

 

숙제는 싫다.

나는 시간이 없어 밤에 한다.

빨리 눕고 싶지만 꾹 참고 한다.

귀찮아서 죽겠다.

 

*온유의 시는 온유만큼이나 귀엽고 이쁩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숙제가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숙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유쾌하지 않은 것은 숙제가 놀이가 아닌 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초등학교 2학년의 눈에 비친 숙제라는 시에서도 늘 바쁜 친구들의 일상이 묻어납니다. 숙제가 놀이가 되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송채린(초3)

물은 강의 

흐름 때문에

바다로 간다.

왜 가는 걸까?

 

* 채린이의 시는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채린이가 시를 좋아하는 시간이 오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해 봤을 강과 바다의 이야기를 채린이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채린이가 바다의 비밀을 풀게 되는 과정이 시를 쓰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개미

                         최예성(초3)

 

개미는 작다.

개미는 아주 부지런하다.

개미보다 부지런한 건 

없다.

 

*예성이는 오늘도 다른 친구에게 자신의 시를 보여주기가 부끄러워 제 책상 밑에 숨겨두었습니다.

시연이가 생각하는 개미와 예성이의 개미는 다르지만 닮아 있습니다. 친구들이 어떻게 개미의 모습을 보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늘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시의 시작입니다. 예성이의 시가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조금씩 깊이를 더해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할무늬

                              박성환(초5)

 

할머니

아프시다. 많이

완쾌를 빌고 싶지만...

모르겠다.

그래도 완쾌를 빈다.

 

*성환이는 시의 제목을 쓰면서 할머니를 할무늬라고 썼습니다. 그렇게 쓴 이유가 시에 숨겨져 있습니다.

행여나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편찮으시지 않을까 하는  성환이의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늘 성환이의 시에는 또래의 아이보다 성숙함이 묻어납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는 이미 글의 깊이를 더하는 장치입니다. 성환이의 좋은 생각을 담은 많은 시를 기다려 봅니다.

 

나의 꿈

                                   이서은(초3)

 

내 꿈은 하늘에 꽃이 가득하게 만드는 것

내 꿈은 래서판다가 되는 것

너의 꿈은 솜사탕을 만드는 것

나의 꿈은 인기폭팔이 되는 것

결론은 내 꿈은 모두의 꿈

 

*서은이의 시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늘에 꽃이 가득하게 만드는 자신의 꿈이 결국은 우리 모두의 꿈이라는 시는 그 완성도에 있어서 내용이나 구조가 놀라운 시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시간에 서은이가 썼던 "여행"이라는 시와 더불어 이 시도 어린 겨울날,  교무실 난로 위, 주전자에서 끓던 물이 흘러내려 방울이 되어 튀어오르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줄 서은이의 시를 읽으며 비오는 금요일 소풍와서 글짓기가 활짝 개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폭팔은 폭발을 잘못 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