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여전히 산만해 보이지만 그 산만함 조차도 글짓기의 한 과정입니다.
글을 짓는다는 것이 무게로 다가와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자유로운 가운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노는 것이 숙제라면 놀기가 어려운 것처럼 무엇인가가 짐이 되거나 무게가 느껴지면 그것은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열 명의 친구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쓴 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짧게 말하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 혹은 "자신이 제일 싫어 하는 것", "우리 가족", "자동차"라는 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단 두 줄에 그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제법 길게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짧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겨울
박온유(초2)
겨울이 오면 눈이 펑펑 온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눈이 안온다.
눈이 한번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제발....
*온유는 글을 쓰는 것에 조금 자신이 붙었습니다. 모두가 반팔을 입고 다니는 여름, 자신이 좋아하는 눈을 생각하는 아이의 시선을 봅니다.
여전히 장난을 좋아하고 노는 것에 신이 나지만 글을 짓는 것에도 재미를 붙여가는 온유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가족
최예성(초3)
우리 가족은 참 착하다.
왜냐하면
내가 힘들 때 도와주고
같이 놀아주기 때문이다.
*예성이에게 착하다는 말과 좋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줄이나 한 줄의 생각에서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성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박성진(초3)
자전거를 탓다*
멀리 갔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
엉덩이가 아프다.
*탓다는 탔다를 잘못 쓴 것입니다. 예성이와 단짝인 성진이는 여자친구들에게 등짝을 맞아도 화를 내지 않고 웃어 넘기는 듬직한 친구입니다.
늘 소풍에 오면 예성이와 온유와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글짓기 시간을 기다립니다. 성진이의 자전거라는 시에 나타난 마음이 이쁩니다.
새 자동차
박시연(초3)
새 자동차는
처음에 씻으면서
(다음엔)* 안씼는다.*
우리 아빠랑
똑 같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리 아빠는 세 차*
한 번 안한다.
내일 차 좀 씻으라고
해야겠다.
* (다음엔)은 나중엔으로, 안씬는다는 안씻는다로,세 차는 세차로 고쳐야 합니다.
시연이의 새 자동차라는 시에는 자동차를 보는 시연의 시선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새 것에는 애착을 보이면서 조금 낡기 시작하면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에 시연이는 의문을 가집니다. 이렇듯 친구들의 눈에는 이해하지 못할 어른들의 세상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이해가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글짓기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가족
송채린(초3)
우리 가족은
하는 일이 많다.
아빠는 해운대 이마트
엄마는 학원
아주 여러가지다.
*채린이는 한번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글에서 엄마와 아빠의 직업데 대해 이야기 합니다. 채린이가 엄마나 아빠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좀 더 깊이 있게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냠냠 쩝쩝 산딸기
이서은(초3)
산딸기는 냠냠 쩝쩝
딸기는 쩝쩝 냠냠
모두 다 맛있다.
그래서 모두 다
냠냠 쩝쩝
*서은이의 시에는 늘 리듬이 넘쳐 납니다. 시는 노래라는 것을 시은이의 시는 보여줍니다.
시은이의 시는 맛있는 모습과 소리가 가득 합니다.
외할머니
김민지(초3)
1학년 때
겨우 하루 뵙고
못 뵈었던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알고 계실까?
내가 요새 하는 취미를
외할머니는 알고 계실까?
조금씩 더 열심히 엄마에게
외할머니 집 가자고 조는 것을
*민지의 시에는 먼 곳에 혼자 계시는 외할머니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민지의 시를 읽거나, 대화를 하다 보면 민지가 쓰는 높임말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소풍의 작은 시인을 넘어 많은 사람들을 위호하는 큰 시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학
황지연(초4)
나는 수학이 싫다.
왜냐하면 싫기 때문이다.
수학은 쉬운 거라도 싫고 어려운 거는 더 싫다.
하지만 엄청 쉬운 건 좋을 때도 있지만
수학은 싫다.
* 지연이는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인가 봅니다. 사실 수학과 글짓기는 서로 따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논리적이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고 논리가 부족하면 수학을 잘할 수 없습니다.
지연이에게 수학이 어렵고 힘든 것은 시작을 어렵게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글짓기가 절대 공부가 아니듯이 수학도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연이가 글짓기를 통해서 수학 역시 좀 더 쉬운 놀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우리 엄마
장희연(초4)
착할 땐 착하고, 화내면 무서워 지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착하다.
엄마는 우리의 보호자로 우리집의 최고다.
우리에게 따뜻한 밥도 주고, 우리와 붙어 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행복이다.
*엄마는 어떤 존재인지 희연이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늘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가 자신의 행복이라 말하는 희연이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습니다.
버섯
박성환(초5)
버섯은 맛 없다.
왜냐! 식감이 싫고 맛없다.
버섯은 맛 없다.
왜냐! 식감이 싫고
맛없다.
* 성환이의 시는 시라기 보다는 만화에 나오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만화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장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사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해서 좋은 만화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노출된 만화는 대부분 일본만화이고 자극적인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됩니다. 좀 더 좋은 만화,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우리의 만화가 성환이를 키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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