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부터 날이 궂더니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화요일 소풍 와서 글쓰기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인근 공부방의 친구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보아온 친구들도 있고 이번에 새로 만난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소풍의 식구가 된 친구들도 둘이나 됩니다.
해서 친구들은 낯설어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글짓기는 그다지 쉬운 것이 아닌가 봅니다.
친구들에게 늘 글짓기는 공부도 아니고 수업도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노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쉽게 받아들이기는 아무래도 어려운가 봅니다.
오늘은 하동의 한 초등학교의 친구들이 쓴 시 10편을 소리내어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주제를 정해서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제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자, 여러 명이 비오는 날이라는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비오는 날.
김유현(초4)
비가 온다.
우산 안가지고 왔는데
에잇! 챱! 찹! 찹!
비는 정말 싫다.
* 비에 머리가 젖어 유현이는 소풍을 왔습니다. 물어보니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을 안가지고 학교에 갔다가 결국 비를 맞고 집에 가서 다시 우산을 가지고 소풍에 왔다고 합니다. 비를 맞은 유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시이지만 세대 차이를 느끼는 단어가 있습니다.
챱!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미루어 짐작하긴 하지만 사실 처음보는 단어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줄임이 심하고 너무 즉흥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언어는 변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언어가 세대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겠지요.
되도록이면 친구들이 쓰는 말이 서로이해할 수 있는 말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챱!이 어떤 때 사용되는 말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오는 날
하은성(초4)
비오는 날은 좋다.
왜냐하면 식물이 자라고
농상 도움이 된다.
* 은성이는 초1학년 때 공부방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그 때는 늘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울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3년 사이에 훌쩍 자랐습니다.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불살생을 실천하는 인도의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 했더니 은성이는 놀랍게도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역사를 줄줄 꿰고 있었습니다.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늘 은성이가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고 인사도 잘하는 친구로 자란 것을 보니 고맙기만 합니다. 은성이가 가진 관심 속에 생명의 소중함이 이 시에 나타나 있습니다. 더 의젓한 은성이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비오는 날
송현우(초2)
비 오는 날은 정말 싫다.
신발에 물이 들어가서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꾸준한 연습에는 또 책 읽기가 바쳐주어야 합니다.
"비오는 날"이라는 주제로 쓴 3명의 친구가 쓴 시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 시라는 것은 없습니다. 비오는 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책
김우현(초2)
책은 다양하다.
그림책, 동화책, 역사책
그리고 책
은 공부도 됐다.
*오늘은 우현이가 책에 대해서 썼습니다. 우현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책 읽는 방법을 잘 익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해서 오늘은 우현이에게 책을 읽는 방법과 받아쓰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정확하게 또박또박 읽는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받아쓰기 또한 읽기가 정확해야 바르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이 생각하고 읽다보면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고 넘어가게 됩니다.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독서 습관은 오히려 읽고 쓰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우현이가 책을 좋아하는만큼 읽기와 쓰기도 좀 더 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우개
최준상(초4)
지우개는 글자가 틀리면
지운다.
나는 계속 글자가 틀린다.
그래서 지우개가 필요하다.
*준상이는 인사성도 바르고 인내심도 강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말을 할 때, 불편함이 묻어 납니다.
특히 높임말을 쓸 때 준상이가 힘겨워하는 것을 봅니다. 이것은 준상이의 형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무언가가 준상이나 형의 마음을 누르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말하는 법을 키우는 것 역시 책을 천천히 읽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준상이에게는 약간의 언어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친구들의 마음을 누르고 있는 그 무엇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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